러시아군이 무장을 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2명의 등 뒤를 조준사격하는 영상이 CCTV에 포착됐다.
12일(현지 시각) CNN은 지난 3월 1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한 자동차 전시장에서 해당 전시장 주인과 경비원 등 2명이 러시아군의 총에 살해당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전시장에 침입한 러시아군은 두 손을 들고 다가온 피해자들의 몸을 수색한 뒤 이들이 등을 돌리자마자 뒤에서 총을 쐈다. 음성이 담기진 않았지만 러시아 병사 2명이 피해자들을 조준하는 장면은 여러 각도에서 높은 해상도로 뚜렷하게 포착됐다.
당시 전시장에 쳐들어간 러시아군은 5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총을 쏜 후 방탄조끼를 벗고 서랍과 책상 등을 뒤지며 전시장 안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심지어 술잔에 술을 따르고 건배를 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의 총에 맞은 피해자 중 경비원 리어니드 올렉시요우이치 플리야츠는 아직 살아 있었다. 쓰러지고 몇 분 뒤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는 지혈대로 허벅지 출혈을 막으며 러시아 병사들 몰래 전시장 경비초소까지 사력을 다해 걸어갔다. 그는 초소에서 우크라이나 민병대에 연락을 취했다. 이후 민병대는 현장에 도착했고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다.
CCTV에는 초소에 쓰러져 있는 플리야츠를 민병대원이 끌어내는 장면도 담겼다. 그가 끌려나간 자리에는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CNN은 이때쯤 플리야츠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익명의 민병대 지휘관은 CNN에 “민병대가 처음에 후퇴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돼) 플리야츠씨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며 “민병대의 화력은 당시 러시아군에 비해 매우 초라했다”고 말했다.
플리야츠의 딸 율리아는 CNN에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영상을 아직 차마 보지 못했다며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얼마나 야만스러운 침략자들이었는지 절대 잊지 못하도록”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국제재판소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 범죄를 알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검찰은 영상 속 러시아군의 행위가 전쟁범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인에 대한 조준 사격은 대표적인 전쟁범죄로 간주된다. CNN은 해당 영상이 조작이 아닌 진본임을 확인했다며 러시아 국방부는 이 영상에 대한 CNN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