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생리통을 겪는 여성들을 위해 생리 휴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영국 BBC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생리 휴가를 법제화하는 나라가 된다.
엘 파이스 등 스페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생리통을 겪는 여성은 한 달에 3일씩 생리 휴가를 쓸 수 있으며, 현기증이나 메스꺼움 등 증상이 심할 경우 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가벼운 불편을 겪는 여성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병가(病暇)를 내려면 의사 소견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보도에 스페인 정치권은 언론에 유출된 법안은 작업 중인 초안이며, 아직 논의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법안에는 흔히 ‘탐폰세’로 불리는 여성 위생용품 부가가치세를 폐지하고, 학교나 교도소 등 공공시설에서 무료 생리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출산 전 유급 휴가도 늘리기로 했다. 현지 언론은 정부가 다음 주 내각 회의에 새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는 낙태법도 일부 개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정부가 2015년부터 도입한 낙태법은 16~17세 청소년이 낙태할 경우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를 요구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요건을 없애기로 했다. 낙태 전 3일을 ‘냉각(cooling-off) 기간’으로 정하고, 공공 의료 시설에서만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했던 제한도 없앨 방침이다. 엘 파이스는 “다만, 가톨릭 신자인 의사들은 양심적 낙태 시술 거부자로 등록할 수 있으며, 현재 법으로 금지된 대리모에 대해서도 엄격한 제한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상 매달 하루씩 생리 휴가를 허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성 근로자들이 이 같은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