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후 가족 재회 장소인 인근 시민회관 밖에서 한 아이가 가족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종업식을 불과 이틀 앞두고 총격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들은 같은 반 교실에 있던 아이들과 교사로 확인됐다. 가슴 찢어지는 소식을 전해 들은 유가족들은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CNN 등 외신은 “희생자의 가족들은 참사가 발생한 날 밤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민센터로 모였다”며 “참사 다음날인 이날 오후까지 최소 6명의 가족들이 끔찍한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가족과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이 희생자를 이렇게 기억하길 원한다”며 일부 희생자들의 신원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총격으로 10살 난 딸 에머리 조 가자를 잃은 아빠 엔젤 가자는 딸의 소식을 듣기 전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을 청했었다. 그는 “7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내 사랑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 제발 제 딸을 찾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에도, 그는 다시는 딸을 품에 안을 수 없었다.

가자는 이후 올린 글에서 “제 아이를 찾으려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아이를 찾았다. 내 작은 사랑은 이제 천사들과 함께 높은 곳에서 날고 있다”며 “제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1초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가족을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딸에게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희생자 중에는 자비에 로페즈(10)도 있었다. 로페즈는 학년 우등생 명단에 올라, 사망하기 몇 시간 전 교내 기념식에서 칭찬을 받았다. 어머니 펠리차 마르티네스는 아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자랑스럽다. 사랑한다”고 말한 게 아들과 나눈 마지막 순간이었다고 했다.

마르티네스는 “아들은 유쾌한 아이였고, 진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의 웃음은…”이라며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아이의 그 미소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기운을 북돋아 줬다”고 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이었던 로페즈는 중학교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마르티네스는 “아들은 중학교에 가는 걸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함께 우등생 명단에 올랐던 렉시 루비오(10)도 희생자로 확인됐다. 렉시의 부모인 펠릭스와 킴벌리 루비오는 “우리는 렉시에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방과 후에 데리러 가겠다고 했었다. 이게 작별인사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이들은 “딸은 자라서 변호사가 되고 싶어 했다. 아이는 친절하고 상냥했다. 삶에 감사했고, 운동이든 학업이든 모두 다 잘했다”며 “우리가 우리의 아이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총격 참사는 지난 24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교사 2명과 어린이 19명이 희생됐다. 희생자들은 모두 같은 교실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총격범인 샐버도어 라모스(18)는 총격 전 자신의 할머니를 먼저 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초등학교 인근에서 사고를 낸 후 소총을 들고 교실로 난입했다. 이후 라모스는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크리스 올리바레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대변인은 “아직 답할 수 없는 질문이 많다”며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