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민간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이 금 매장량이 아프리카 3위인 수단의 금광 채굴권을 장악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푸틴의 친위부대’로 불리는 와그너 그룹은 세계 각국 분쟁에 개입, 민간인 학살과 고문, 약탈 등을 자행해 악명이 높다.

와그너 그룹의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2011년 11월 11일 금요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프리고진 식당에서 만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NYT는 “와그너 그룹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북쪽으로 320여㎞ 떨어진 도시 알 이베디야에서 광석을 캐내 금괴로 만드는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 금광은 아프리카에서 세력 확장을 꾀하는 와그너 그룹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와그너 그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실제 소유주로 자금을 대고 있다. 한때 러시아 정부 행사에 음식을 공급해 ‘푸틴의 요리사’란 별명이 붙었던 프리고진은 “푸틴을 위해선 어떠한 악행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와그너 그룹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격전지인 돈바스 지역 등에 주로 투입됐다. 최근에는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고 고문한 혐의로 용병 3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때 언론에 처음 노출된 와그너 그룹은 이후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수단과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모잠비크, 시리아 등 각국 분쟁에 개입해 독재자나 반군 수장 등 현지 고용주의 뒤를 봐줬고, 그 대가로 금과 다이아몬드 채굴권, 무기 독점 거래권 등을 챙겨왔다.

NYT는 “와그너 그룹은 단순한 용병 공급 회사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푸틴의 야망을 실현해주는 거대 기업이 되고 있다”며 “미 행정부는 금 채굴 등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이 푸틴 수중으로 들어가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 효과를 떨어뜨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와그너 그룹은 러시아가 전략 요충지인 수단 홍해 연안에서 추진 중인 해군 기지 건설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한편 미국 국무부가 최근 아프리카와 중동 등 14국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약탈한 곡물을 구입하지 말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NYT가 5일 전했다. 곡물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선박 3척의 이름도 지목했다. 이에 대해 하산 카넨제 케냐 호른 국제전략연구소 소장은 NYT 인터뷰에서 “극심한 식량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곡물의 출처 등 도덕적인 문제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대기근 위기에 내몰린 빈국들이 러시아의 약탈 행위에 동조할 수도 없고, 굶주린 국민을 외면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