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한 직원이 새로운 로고 앞에 서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를 인수한 러시아 업체가 12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의 10여개 매장을 새 브랜드로 단장해 문을 열었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현지 언론과 영국 가디언·BBC에 따르면 새 패스트푸드 체인 ‘브쿠스노 이 토치가’가 이날 영업을 시작했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는 두말할 필요없이 맛있다는 뜻이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 측은 13일 50개 매장이 추가로 개점하고, 이달 말까지 200여개 매장이 재개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분간은 식재료 공급 차질 등으로 메뉴에 있는 모든 상품이 제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도날드를 사실상 계승한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주력 메뉴는 맥도날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맥도날드의 대표 상품인 ‘빅맥’은 메뉴에서 사라졌지만, 치즈버거와 치킨 너겟 등은 여전히 판매한다. 서비스와 매장 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새 슬로건은 “이름은 바뀌지만, 사랑은 머문다”다. BBC는 한 남성이 “빅맥을 돌려달라”며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대표인 올렉 파로예프의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맥도날드는 옛 소련 시절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다. 소련이 붕괴되기 전인 1990년 1월 모스크바 시내 푸시킨광장에 1호점을 열었다. 미국 햄버거의 맛을 보기 위해 러시아 시민들이 줄을 선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이후 러시아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14일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러시아 전역의 매장 850개를 폐쇄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러시아 시장에서의 완전 철수와 자산 매각도 발표했다. BBC는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개장은) 러시아와 서방이 어떻게 멀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