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유튜버 이근(38)씨. /인스타그램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했던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유튜버 이근(38)씨의 활약상을 생생히 묘사한 한 팀원의 증언이 등장했다. 그는 리더였던 이씨를 ‘초현실적인 프로’라며 추켜세웠고 이씨가 러시아 장갑차를 호위하던 보병 2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활약한 바이킹(Viking)은 17일 전쟁 이야기를 다루는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1, 2부로 나눈 글을 올리고 지난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이르핀 지역에서 가진 임무 수행 과정을 자세히 공개했다. 바이킹은 여기에서 이씨를 ‘ROKSEAL’(락실)로 표기했다. 이씨가 설립한 군사 안보 컨설팅 기업명이자 유튜브 채널명이다.

먼저 바이킹은 “이르핀에서 가장 다사다난했던 임무는 전설적인 ROKSEAL이 이끄는 부대에 배치됐을 때”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는 집결지로 차를 몰고 가서 임무를 받은 뒤 도시를 통과해 건물을 점령하고 러시아군을 기습했다”며 “브리핑에 의하면 간단한 임무였지만 민간인이 가득한 동네를 지나다니는 게 어려워 모든 담장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씨가 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 /인스타그램

또 “어느 지역에서는 한 주민이 우리에게 달려와 러시아군의 위치를 알려주며 경고했고 건물 밀집 지역을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이 주민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문 요원이고 이게 해야 할 일이지만, 그는 50대 민간인이었다. 우리의 작전을 돕기 위해 목숨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진입 후 이어진 긴박한 순간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이씨의 활약상이 나왔다. 바이킹은 “건물 반대편에서 장갑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 사수들은 대전차 무기로 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위층으로 달려갔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며 “사수가 발각돼 총을 맞았고 도망치던 중 무기를 아래층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ROKSEAL이 러시아 장갑차를 호위하는 두 명의 보병을 총으로 쏴 처리했다”며 “러시아군이 포탑을 돌려 우리를 갈기갈기 찢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조종수가 혼란스러웠는지 도로 한가운데서 유턴했다. 이는 우리가 필요한 시간을 벌게 해줬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부상자가 속출하는 위급한 상황은 계속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가 냉정하게 현장을 통제한 덕분에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고 바이킹은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간헐적 포격이 이어지는 동안 모든 장애물을 넘었고 길을 건널 때마다 엄호 사격을 했다. 우크라이나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다가 다리가 부러질 뻔했고 결국 2명이 쓰러졌다”며 “ROKSEAL은 차분한 태도로 명료하고 직접적인 명령을 내렸다. 전체를 지휘하는 프로다운 초현실적인 솜씨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우리를 구한 것은 ROKSEAL이 지휘관으로서 갖춘 능력 덕분이라고 믿는다”며 “그가 팀을 책임지는 것을 보는 건 큰 안심이었다. 우리는 모두 살아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지난달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뉴스1

◇ “러 탱크 10대 이상 격파… 영웅 대접 받았다”

이씨가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는 주장은 앞서서도 나온 바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던 플루티스트 송솔나무씨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이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이씨는 우크라이나 국제의용단의 유일한 특수부대를 이끄는 리더였다”며 “이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 정보국을 통해 인정됐고 현지 국방장관을 통해 이씨가 얼마나 많은 업적을 남겼는지 들을 수 있었다”는 글을 썼다.

이어 “이씨는 러시아 탱크 10대 이상을 격파하는 업적을 세웠고 그 외에도 수많은 비밀 임무 등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직접 이씨를 챙기는 상황만 봐도 충분히 알 것”이라며 “가는 곳마다 그는 영웅 대접을 받았고 영국 BBC 등에서 전화가 계속 왔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3월 6일 인스타그램에 동료들과 우크라이나로 출국하는 사진을 올리고 참전 소식을 알렸다. 이후 무릎 부상으로 현지 군 병원에 머물다 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약 3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귀국했다. 외교부의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 발령을 어겨 여권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상태였으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경찰과 면담을 진행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이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