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손흥민(30·토트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을 산 사람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영국 경찰이 법적 처벌 대신 내린 결정은 친필로 쓴 ‘사과 편지’ 였다.
20일(현지 시각) 스카이스포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글을 쓴 12명을 찾아내 신원을 특정했고 ‘피해 선수에게 사과 편지를 쓰라’는 처분을 내렸다.
법적 처벌이 아닌 ‘공동체 해결 명령’(community resolution)으로 사건을 마무리 한 것이다. 이는 범죄 사실이 크지 않을 때 기소 없이 피해자에게 사과하거나 지역 사회에 봉사하도록 하는 등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제도에 따른 결과다.
20세에서 63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확인된 이들 12명의 문제 발언은 지난해 4월 나왔다. 발단은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대결 전반 33분에 터진 맨유 에딘손 카바니의 골이었다. 카바니의 득점은 팀 동료 스콧 맥토미니의 패스에서 시작됐는데, 바로 직전 맥토미니는 손흥민과 볼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이후 볼은 패스로 연결됐고 카바니는 토트넘의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그러나 이어진 비디오판독(VAR) 끝에 상황은 반전됐다. 카바니의 득점이 취소된 것이다. 맥토미니가 손흥민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오른손으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는 반칙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경기는 3대 1 맨유의 승리로 돌아갔으나 일부 맨유 팬들은 잃어버린 한 골에 대한 분풀이를 참지 못했다. 여기에 당시 맨유를 이끌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기름을 부었다. 맥토미니 팔에 맞아 쓰러진 손흥민이 ‘헐리웃 액션’을 했다는 취지로 저격하며 “내 아들이 저렇게 했으면 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비꼰 것이다.
그러자 맨유 팬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손흥민을 비난하는 글을 쏟아냈다. 손흥민의 인스타그램에 몰려가 악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중에는 욕설을 비롯해 선을 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다수 포함한 글이 많았다.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가 개고기나 먹어라” “팀에서 눈이 가장 작은 선수” 등의 내용이었다.
결국 경찰은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역에서 수사를 진행해 12명의 신원을 파악했고 일부를 체포해 조사하기도 했다. 맨유 구단 역시 인종차별 글을 남긴 6명에게 출입 금지 징계를 내렸다. 경찰 측은 “이들은 인종차별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 행위, 글 작성 혐의를 받았다”며 “모두 피해 선수에게 사과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