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이 희생된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격 참사 당시 경찰의 대응이 “처참히 실패”했다고 주 당국이 공식 인정했다.
21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텍사스 공공안전부 스티븐 매크로 국장이 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매크로 국장은 이날 “경찰 대응이 처참하게 실패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며 “당시 경찰 대응은 우리가 ‘컬럼바인 대학살’ 이후 지난 20여 년간 배운 것과는 정반대였다”고 밝혔다. 앞서 1999년 4월 13명이 숨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참사 이후 미국은 학교 총격범을 현장에서 즉각 제압해야 한다는 표준 대응 지침을 마련했다.
매크로 국장은 “현장 지휘관인 피트 아리돈도 유밸디 교육구 경찰서장이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경찰은 무기를 들고 방탄복을 입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은 훈련을 받았지만, 범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총격범이 학교 건물에 들어온 지 3분 만에 범인을 제압할 수 있을 만큼의 무장 경찰이 현장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돈도 서장은 경찰의 교실 진입을 막았고 아이들보다 경찰 생명을 우선시했다”고 했다.
매크로 국장은 “(경찰의 대응 실패로) 아이들과 교사는 교실에서 1시간 14분 8초 동안 구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ABC뉴스 계열 지역언론 KVUE가 입수한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소총과 방탄 방패를 든 무장 경찰들은 총격범인 샐버도어 라모스(18)가 교실에 침입한 지 19분이 지나도록 학교 복도에서 대기만 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 뒤에야 라모스를 제압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갔다.
국장은 아리돈도 서장이 통신이 되지 않는 무전기를 갖고 있었고, 범인을 즉각 제압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무기 지원, 경찰 특수기동대(SWAT) 출동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또 아리돈도 서장이 당시 잠기지도 않은 교실 문을 열겠다면서 필요 없는 열쇠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등 계속해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국장은 “범인이 교실 문을 안에서 잠글 방법이 없었는데도 경찰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설령 교실 문이 닫혔더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갈 장비가 있었다”고 했다.
앞서 아리돈도 서장은 최근 텍사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현장 지휘관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면서 지휘관 자격으로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