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지난 2020년 11월 뇌수술을 받고 회복 도중 숨진 것과 관련해 주치의 등 의료진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영국 BBC는 22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법원이 마라도나의 주치의인 레오폴도 루케 등 의사·간호사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공개 재판에 회부했다고 보도했다.

마라도나는 2020년 11월 25일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이었다. 마라도나는 수술 후 8일 만에 퇴원해 집에서 회복하던 중이었다. 마라도나는 숨지기 2주 전 만성 경막하혈종으로 뇌수술을 받았다. 경막하혈종은 뇌를 감싸는 경막과 뇌 사이의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 피가 고이는 것이다.

마라도나가 숨질 당시 주치의인 루케는 마라도나의 집에 없었고, 집에 머물던 간호사도 당일 새벽에만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라도나의 자택에는 심장 제세동기가 없었다고 한다. 마라도나가 쓰러진 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는 30분 이상이 걸렸다.

때문에 마라도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루케는 같은해 11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마라도나의 수술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성공적이었다”며 “나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불가능한 것까지 다했다. 마라도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루케는 “나는 신경외과 의사이고, (수술로) 내 일은 끝났다”며 마라도나가 집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도 했다.

아르헨티나 수사당국은 루케가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인 11월 30일 루케의 집과 진료실 등지를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요청으로 마라도나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전문가 위원회는 의료진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아 마라도나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전문가 위원회는 지난해 제출한 보고서에서 “마라도나가 위독하다는 징후가 무시됐다”며 “마라도나가 최소 12시간 동안 지속적이고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명백한 신호가 있었다”고 했다.

현지 검찰은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의료진을 기소했다. 법원은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개 법정에서 구두변론으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AP통신은 재판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과실치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8년에서 25년 사이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