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친환경단체 유럽교통환경연합(T&E)은 22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 매일 1만7000t, 약 1900만병(1L 기준)에 달하는 유채씨 식용유를 차량 연료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5~2019년 기준으로 유럽에서 소비된 유채씨유 58%가 승용차와 트럭 연료로 사용됐다는 것을 추산한 것이다. 이 단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용유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매일 수천톤의 식용유를 자동차 연료로 채우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며 “지금은 연료보다 먹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선 일반화된 ‘바이오 연료’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발된 식량난을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바이오 연료는 식물성 기름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뽑아낸 친환경 연료다. 경작지에 밀 대신 기름을 짜기 위한 작물을 심고, 이렇게 거둔 기름도 식용이 아닌 연료를 만드는 데 쓰면서 곡물과 식용유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지난 2009년부터 유채씨 기름 등을 발효시켜 만든 바이오 에탄올을 휘발유에 각각 5%와 10% 섞은 ‘E5′와 ‘E10′ 등을 폭넓게 쓰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선 E10이 가장 표준적인 연료로 취급될 정도다. 영국 환경단체 ‘그린 얼라이언스’는 “영국이 소모하는 바이오 연료 생산에 쓰이는 경작지를 밀 등 식용 곡물 농사에 썼다면 연간 350만명을 더 먹일 수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적 식량 부족을 25~40% 완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EU, 영국이 현재 사용 중인 바이오 연료만 절반으로 줄여도 1억2500만명의 식량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그린 얼라이언스는 “저개발국 사람들이 기아로 위협받는 시기에 바이오 연료 사용을 계속 늘리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며 “바이오연료를 줄이는 것이 전 세계 굶주림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