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에서 고객의 머리를 두 번 감기는 미용실에 과태료를 물리는 지침이 등장했다. 가뭄에 시달리면서 고육책을 꺼내든 것이다.
27일(현지 시각)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인근의 소도시 카스테나소는 최근 이 같은 지침을 도입했다.
카를로 구벨리니 시장은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뭄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미용실·이발소에서의 ‘이중 머리감기’로 매일 수천리터의 물이 허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스테나소의 인구는 1만6000여명으로, 이발소와 미용실을 합쳐 10곳이 영업하고 있다. 시 당국은 위반 사례가 나오면 최대 500유로(약 7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지침의 효력은 9월까지 이어진다.
구벨리니 시장은 “개별 고객에게 사용되는 물의 양을 더하면 수천만리터에 달할 것”이라며 “카스테나소는 작은 도시이지만, 대도시라면 이렇게 낭비되는 물의 양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했다.
구벨리니 시장은 해당 지침에 시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고 한다.
카스테나소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는 “말이 안 되는 조치”라며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중 일부는 한 번 헹구는 걸로는 부족하고, 손님의 머리가 너무 지저분하면 2번 감기지 않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탈리아 북부는 지난겨울부터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강이 말라붙었다. 물 부족으로 비상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북부 최대 도시이자 이탈리아 경제 중심지인 밀라노는 물 절약을 위해 공공 분수대의 스위치를 잠갔다. 상당수 도시는 시민들에게 물 사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일부에서는 물 배급제까지 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