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가 14일 ‘중국을 대하는 법’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리더가 자신의 입장을 단호히 밝힐 수 없다면, 계속해서 도발만 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한 그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국과) 협상의 여지가 없는 부분에 있어선 늘 명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8년부터 올 5월까지 호주 총리를 역임한 그는 재임 시절 중국에 대한 코로나 발원지 진상 조사의 필요성, 홍콩 등에서 불거지는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중국에 비판적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중국에 악감정은 없다. 호주엔 중국계 국민 100만여 명이 살고 있고, 중국의 경제적 성장에 대해서도 큰 축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최근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리더십은 너무 권위주의적 색깔을 띠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이 최근 국제사회에 조장하는 도발 등 자극적 분위기엔 동조할 수 없다”고 했다.
모리슨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무역 제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러시아산(産) 밀을 수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 범죄의 심각성을 이해한다면, 호주산 밀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러시아와 계속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도를 넘은 선택’”이라고 했다.
모리슨 전 총리는 재임 시절 겪었던 코로나와 공급망 위기 등을 거론하면서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 리더는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3년째, 전 세계 사망자는 650만명에 달하고 글로벌 세계경제는 크게 위축됐다. 이 같은 재난 속에서 정치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그럴수록 정부는 모든 수단과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국민들과 보다 맞닿아 있는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조언을 구하고, 그들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