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가 헐값에 내다 파는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해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자 내수용 원유까지 모두 수출해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다. 서방 금수 조치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석유는 국제 유가보다 30~4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 폭등으로 이미 막대한 이득을 본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산 석유와 자국 석유 간 가격 차를 이용한 ‘차익 거래’로 더 큰 이익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세이바 유전 단지의 오일 탱크./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2분기(4~6월) 총 64만7000t의 러시아산 연료유(휘발유·디젤·항공유 등)를 직수입했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32만t)의 2배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서도 상당한 양의 러시아산 연료유를 간접 수입하고 있다”며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에 들어가는 러시아산 석유 제품의 양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정보 제공 업체 리피니티브 아이콘에 따르면 올 들어 UAE의 토후국 중 하나인 푸자이라로 들어간 러시아산 연료유는 117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 90만t보다 30% 늘었다. 또 이달 중 90만t이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어서 1~7월 유입량만 210만t으로 작년 연간 유입량(164만t)을 28%나 넘어섰는데, 이 중 상당량이 사우디아라비아로 갔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수년 전부터 러시아산 석유 제품을 수입해 사용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가 덤핑 가격으로 자국 원유와 석유 제품을 국제 시장에 내놓자 이를 더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양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오펙 플러스)에서 서로 밀접하게 협력해 온 사이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저렴한 러시아산 연료유를 수입해 (전력 생산 등에 필요한) 자국 원유 수요를 줄이고, 이렇게 아낀 원유를 국제 시장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 이득을 취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