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가꾸는 대규모 농지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트랙터를 끌고 와 불길 확산을 막은 한 영국인 농부의 모습이 박수를 받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BBC와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23일 오후 켄트주의 작은 마을 레넘히스에서 발생했다. 수만 평에 달하는 보리밭에서 시작된 불씨는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밭주인인 앤디 바가 곧장 신고했지만,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을 벌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등장한 건 이웃 농부인 빌 알렉산더였다. 그는 앤디의 다급한 도움 요청에 트랙터를 몰아 밭으로 향했다. 이어 주택가 쪽으로 빠르게 뻗어오는 화마를 마주한 채, 뒤에 달린 쟁기로 작물을 베어 내기 시작했다. 밭을 가로질러 고랑을 만든 뒤 불이 번질 길목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이 장면은 빌의 아들이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BBC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빌의 트랙터가 시뻘건 불길과 치솟는 연기 옆에서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그러자 길게 서 있던 보리가 잘려 나가고 넓은 통로가 만들어진다. 앤디는 이튿날 트위터에 해당 화면을 공유한 뒤 “빌은 영웅”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당시 앤디와 빌의 고군분투가 이어지는 사이 소방구조대가 도착했고 불길은 발생 90여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이날 화재로 농지 약 8만㎡(약 2만 4000평)가 잿더미로 변했지만, 다행히 주택가로는 번지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현지 소방당국은 인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 운전자가 던진 담뱃불이 불이 난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