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 지역을 손에 넣은 러시아군이 인근 도네츠크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산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하이마스)’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이끌고 있다. 미국이 지원한 HIMARS는 러시아군 후방 보급선과 지휘부를 집중 타격, 전투 능력을 떨어뜨리고,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에 맞서 보병을 엄호하는 등 맹활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의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은 25일(현지 시각) 국영 TV 인터뷰에서 “HIMARS가 최근 러시아 탄약고 50여 곳을 파괴하고, 러시아군 지휘소와 전략 목표물 수십 곳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남부 헤르손의 탄약고 파괴, 핵심 보급로인 안토노우스키 다리 공격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HIMARS가 러시아군이 예상 못 한 곳을 정확히 타격해 ‘전투 지속 능력’을 빼앗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가 HIMARS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전장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HIMARS는 최고 시속 85㎞로 달릴 수 있는 6륜 구동 장갑 트럭에 6발짜리 로켓 발사대를 얹은 다연장 로켓 발사대(MLRS)다. 최신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수분 만에 적 목표물을 타격하고, 재빨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가 84㎞에 달하는 유도 로켓탄이 주무기다. 장거리 정밀 타격과 ‘치고 빠지는’ 전술에 적합해 포병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중순부터 총 12대의 HIMARS를 미군으로부터 지원받아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 북동부 하르키우 전선 등에서 운용 중이다. 미국은 조만간 4대를 더 보낼 예정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금까지 HIMARS가 파괴한 목표물이 200여 개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방이 제공한 최대 사거리 40㎞의 M777 견인포와 함께 대(對)포병 레이더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군 포병을 직접 타격, 우크라이나군 사상자 감소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우크라이나군 야포는 사정거리가 20㎞ 정도에 그쳐, 더 멀리서 포를 쏘는 러시아 포병에 속수무책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화력 싸움에 밀리지 않게 되면서 5~6월 하루 100~200명이던 사망자가 최근 30여 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보단 드미트룩 우크라이나군 기계화여단장은 “하르키우 지역에서 적군 포격이 10분의 1로 감소했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에 HIMARS 추가 지원을 요구한 상태다.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이 지난 19일 “(러시아군 점령지를 되찾기 위한) 반격 작전을 위해 최소 100대가 필요하다”고 직접 요청했다. WP는 “미국 정부는 이에 ‘다소 복잡한 문제’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대응책 마련에 국방장관이 나섰다.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은 같은 날 동부 전선을 찾아 “우크라이나군 장거리 로켓 발사대를 우선 파괴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군은 이를 위해 별도의 정찰 드론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HIMARS가 출몰할 만한 곳을 계속 감시하다가 발견 즉시 미사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남은 타깃인 도네츠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CNN은 26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측 도네츠크 지역 전체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며 “온종일 이어진 포격과 폭격으로 바크무트시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측 민간인 마을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고 (전기와 수도 등) 기반 시설도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그리고리 갈라간 특수작전사령관을 해임했다. 그는 2020년 8월까지 국가보안국(SBU)의 특수 대테러작전센터 부국장으로 재임했다. 현지 매체들은 “SBU 조직 내 반역 행위(러시아 내통)에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조직 숙정(肅正) 및 내부 단속 작업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7일 이반 바카노우 SBU 국장과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을 해임했다. 그는 “SBU와 검찰 직원들의 반역 및 부역죄 혐의 651건에 대해 기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