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기업가인 양후이옌 컨트리가든 부회장. /웨이보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인 중국 양후이옌(楊惠姸·41)이 수개월 만에 재산 절반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碧桂園·비구이위안)의 공동회장이다.

28일(현지 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양 회장의 지난해 재산은 약 240억 달러(약 31조2000억 원)였으나 올해 110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로 줄었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절반 이상인 약 17조원이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그의 재산이 급감한 건 현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회사 주가 하락 때문이다.

양 회장이 이끄는 컨트리가든은 지난해부터 부진한 주식 흐름을 이어왔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부문의 과도한 부채를 두고 보지 않겠다며 규제에 나선 이후다. 현지 대형 부동산 기업들은 업계가 호황이던 지난 수년간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했지만, 당국 규제로 자금난에 빠지게 됐고 이로 인한 ‘채무불이행·파산위기 사태’가 빚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분양 대금을 미리 내고도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분양자들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을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퍼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선분양 후 곧바로 구매자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미루거나 중단하는 일이 속출하자 부동산 개발 사업 전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모기지 보이콧은 부동산 개발자와 주택시장 모두에 위협이 된다”며 “판매가 없으면 더 많은 개발자가 파산할 것이고 이는 큰 경제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 속 양 회장은 재산 절반을 잃었지만, 아시아 최고 여성 부호의 자리는 여전히 지키고 있다. 다만 2위인 판홍웨이 헝리페트로케미칼(헝리석유화학) 회장과의 격차는 1억 달러(약 1300억원)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화학섬유 분야의 경기 발전세가 부동산 분야보다 견고하기 때문에, 양 회장이 조만간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양 회장은 전형적인 ‘금수저’ 사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부친인 양궈창(楊國强)은 중국 광둥성 출신으로 1992년 컨트리가든을 창업해 자수성가했다. 양 회장은 2007년 아버지가 가진 회사 지분 70%를 양도받으며 단번에 여성 대부호 자리에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