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에 나서 20여 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3개월 만의 대규모 무력 충돌이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정밀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복수’를 다짐하고, 이란까지 이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확전(擴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일(현지 시각) “남서부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무장 세력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의 은거지를 전날(5일) 전투기와 특수부대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PIJ는 팔레스타인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와는 또 다른 조직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지원을 받고 있다.
AFP통신은 “이번 공격은 PIJ 지도자인 알-나칼라가 지난 2일 체포된 PIJ 고위 지도자 바사미 알-사아디(62)의 석방을 요구하며 보복 위협을 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사아디는 지난 30여 년간 팔레스타인 내 각종 무장 투쟁에 가담하면서 수차례 수감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PIJ 조직 강화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PIJ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대한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5일 가자지구 인근 도로를 폐쇄한 뒤 선제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이틀간의 공습으로 가자 지구에서 PIJ 고위 인물인 타이세에르 알자바리가 사망하는 등 PIJ 지도부를 무력화했다”며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는 PIJ 거점 4곳을 공격해 무장 대원 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번 공습으로 가자 지구 내 아파트 등이 파괴되면서 어린이 6명을 포함, 29명이 숨지고 203명이 다쳤다”며 “특히 어린이 사망자 중 5명은 가자 지구 북부의 난민 캠프에 떨어진 로켓포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현장 조사 결과 PIJ 측이 쏜 로켓이 잘못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 외 사상자는 대부분 무장 단체 소속 전투원들”이라고 반박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PIJ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등을 겨냥해 약 400발의 로켓을 쐈다”고 보도했다. 로켓 일부는 남부 도시 스데로트 등에 떨어져 민가 두 채가 파괴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대부분의 로켓이 저고도 방공망 시스템인 ‘아이언돔’에 의해 요격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번 충돌은 팔레스타인에서 250여 명, 이스라엘에서 13명이 숨진 지난해 5월의 ‘11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라며 연이은 보복에 따른 확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PIJ 지도자 지아드 알-나칼라는 이날 레바논의 친(親)이란 TV 채널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레드 라인(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며 “텔아비브는 물론, 모든 이스라엘 도시에 저항의 불벼락(로켓)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도 “무고한 팔레스타인과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피가 헛되지 않을 것이다”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은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지키고 예루살렘을 해방하기 위한 싸움에 모든 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PIJ 지지를 선언했다.
확전 우려가 제기되자 미국 국무부는 “동맹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더 이상의 사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AP통신은 “이집트가 즉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도 5일과 7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폭탄 테러가 연이어 벌어져 10여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로이터통신은 “두 테러 모두 아프가니스탄 내 소수 집단인 시아파 거주지에서 발생했다”며 “IS는 시아파를 ‘배교자’로 보고 지속적으로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