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정부가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규모 체포 작전을 진행한 가운데, 지난 5개월간 5만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살바도르 경찰이 16일(현지 시각) 중서부 소야팡고에서 갱단 수색작업을 펼치며 한 남성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7일(현지 시각) 엘살바도르 대통령실은 트위터에 “아무도 우리가 엘살바도르에서 수행하고 있는 변화를 부정할 수 없다”며 “비상사태 덕분에 갱단과의 전쟁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고, 엘살바도르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테러리스트들을 거리에서 몰아낼 수 있었다”고 적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 3월26일 하루에만 무려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곧장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력한 갱단 소탕 작전에 나섰던 바 있다. 집회와 자유 등을 일부 제한하고, 영장과 명확한 증거 없이도 체포를 감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갱단 조직원들에 대한 형량도 대폭 상향했다. 이후 전국에서 갱단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이날 경찰 발표에 따르면 엘살바도르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 3월 이후 5개월간 체포된 인원은 5만명 이상이다. 비상사태 선포 이전에도 엘살바도르 감옥에는 갱단 조직원을 포함해 총 3만9천여명이 수감되어 있었다. 이번에 체포된 인원을 더하면 전체 수감 인원은 총 9만여명으로, 엘살바도르 성인 인구(437만명)의 약 2%를 차지한다. 정부가 당초 추산한 조직원 규모가 약 7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그들 중 대다수가 감옥에 갇혀있는 셈이다. 엘살바도르는 급증한 수감자들을 감당하기 위해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교도소도 신설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경찰이 체포한 갱단 조직원 추정 용의자들. /AFP 연합뉴스

전날인 16일 엘살바도르 국회는 해당 비상사태를 내달까지 30일 더 연장하는 안을 냈다. 전체 의원 84명 중 66명이 찬성하면서 비상사태 연장안이 통과됐다. 국회는 트위터에 “갱단과의 전쟁을 계속 확고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엘살바도르 국민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찰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갱단과 무관한 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인권 침해도 심각하다고 지속해서 비판하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상사태 아래 수천 건의 임의 구금과 절차 위반, 고문과 학대 등 대규모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