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내년도 국방 예산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문 등으로 높아진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25일 타이베이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총리실)은 이날 2조7100억대만달러(약 119조4500억원)의 내년도 총예산안을 승인했다. 이 중 국방비는 올해보다 약 13% 증가한 4151억대만달러(약 18조2900억원)로 책정됐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대만은 2017년부터 6년 연속 국방비를 증액하게 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번 국방비 증액은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라며 “여당이 입법부 과반을 차지하는 만큼 예산안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만 언론 포커스타이완은 국방부를 인용, “추가 특별예산과 유관 부처에 배정할 자금을 모두 합치면 내년도 총 국방 예산은 5863억대만달러(약 25조8400억원)가 될 것”이라며 “대만 GDP(국내총생산)의 약 2.4%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적 위협’을 충분히 고려한 예산”이라며 사실상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한 증액임을 시사했다. 특히 대만 당국은 늘어난 국방비를 신형 전투기 구매와 해·공군 전력 증강 등 군 현대화에 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국방부는 “(새 예산을) 장비 개선과 예비군 전투 태세 강화, 비(非)대칭전 전력 강화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의 군사비 대폭 증액 발표는 중국이 대만과 마주 보는 푸젠성 인근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최근 펠로시 하원의장과 에드 마키 상원의원, 에릭 홀컴 인디애나주 주지사,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 등 미 정치인의 대만 방문이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26~27일 푸젠성 연해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하겠다”며 선박 진입 금지를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