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의 관광명소 스페인 계단을 전동 킥보드로 훼손시킨 미국인 관광객이 약 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데 이어 결국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행정처분에 이어 형사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연인 사이인 미국인 관광객 두 명은 지난 6월3일 대여용 전동 킥보드를 끌고 스페인 계단을 내려갔다.
경찰은 CCTV화면을 통해 이 상황을 확인한 뒤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자 여성은 계단 아래로 킥보드를 던지듯 밀었다. 킥보드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단 10칸 정도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이 때 남성은 자신의 킥보드를 밀고 이미 계단을 다 내려가 있었다.
여성이 계단에서 거의 다 내려온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다행히 피해규모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계단 3개가 파손됐고, 이 중 10㎝ 정도의 대리석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당국은 훼손 부분의 복구비용을 2만5000 유로(약 3350만원)로 추산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각각 500유로(약 67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매체는 “도시 경찰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확정되는 벌금이 아니라 과태료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이 여성이 과태료뿐 아니라 재판을 받을 위험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지 검찰이 이 여성에게 최근 예비 조사 종결을 통보했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기소 전에 이뤄지는 절차”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 여성에게 문화재 파손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매체는 이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계단은 1725년 완공된 바로크 시대 문화재로, 로마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로마 역사지구에 포함돼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로마시 당국은 2015년 명품 브랜드 불가리로부터 150만 유로(약 20억원)를 지원받아 약 2년간 복원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관광객이 계단에 앉는 행위도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