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현행 5년 중임제에서 7년 단임제로 대통령 임기를 실질적 단축하고,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치 개혁안을 발표했다고 카자흐스탄 외교부가 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정계 개편을 위한 조기 총선과 대선을 제안했다.
카자흐스탄 정부 발표와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새 카자흐스탄을 향한 정치 개혁 및 현대화’를 주제로 자신의 비전을 밝혔다. 토카예프는 “새로운 민주적 임기제도를 수호하고, 근본적이고 심층적인 개혁을 통해 공정한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을 놓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차기 카자흐스탄 대선은 2024년, 총선은 2025년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카예프 대통령은 대선을 올 가을 치르고, 내년 상반기 중 총선과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그는 “정치 현대화에서 의회주의의 발전은 중요하다”면서 “올해 말까지 개헌을 통한 절차 정비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올해 반정부 시위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지게된 시위대에 대해서도 대거 사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이나 공권력을 집행하는 사람 둘 다 우리 국민들”이라며 “(시위대 중) 일부는 유죄를 인정했으며, 이들을 사면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테러 혐의자와 극단주의자 등 일부 혐의자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이번 조기 대선에서 토카예프가 이길 경우, 기존의 ‘나자르바예프 후계자’ 이미지가 있는 토카예프가 독립적인 지도자로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토카예프는 1일 최저임금을 17% 인상하고, 국부펀드 수익의 절반을 18세 이하 미성년자들이 학비를 내거나 집을 살 수 있도록 배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부국으로 꼽히는 카자흐스탄은 1991년 초대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가 2019년까지 28년간 통치해 왔다. 이후 2019년 대선에서 토카예프가 2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1월 연료 가격 급등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230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2000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등이 회원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이 카자흐스탄에 들어와 시위대를 진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