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납치된 엘리자 플레처(34)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모습. /멤피스 경찰 트위터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대학 근처를 조깅하다 납치된 유치원 여교사가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언론 보도 이후 여성이 억만장자의 상속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가족들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었던 그 사건이다.

6일(현지 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인 엘리자 플레처(34)의 시신은 전날 오후 5시쯤 멤피스 인근에서 발견됐다. 그가 피랍된 현장에서 불과 20여분 떨어진 곳이다. 당초 경찰은 시신의 신원과 사망원인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이날 플레처임을 공식 확인했다.

앞서 플레처는 지난 2일 새벽 4시20분쯤 새벽 운동에 나섰다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됐다. 수사 당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플레처는 분홍색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하던 중 어두운 색상의 SUV 차량에 강제로 태워졌다. 현장에는 산산조각 난 휴대전화와 버려진 물병 등이 남겨져 있었다.

경찰은 해당 차량의 위치를 확인한 끝에 38세 흑인 남성 클레오사 앱스턴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후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 4일 그를 자택에서 검거해 기소했다. 혐의는 납치 및 증거 인멸이었으나 플레처의 시신이 확인됨에 따라 살해 혐의가 추가될 예정이다.

앱스턴이 유력 용의자로 특정될 수 있었던 핵심 증거는 사건 현장에 남았던 신발 한 짝이었다. 신발에 남았던 유전자(DNA) 정보를 분석한 결과 앱스턴과 일치했고, 그가 범행 전날 같은 신발을 신고 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된 것이다.

또 플레처가 사라진 뒤 앱스턴이 문제의 차량을 청소하고 옷을 세탁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2000년에도 한 변호사를 총기로 위협해 납치한 혐의로 20년간 복역한 전력이 있다.

한편 플레처는 멤피스에 본사를 둔 하드웨어 공급업체 오길 주식회사의 창업자 조셉 오길 3세의 손녀로 알려졌다. 납치되기 2주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플레처의 정확한 재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0년 기준 이 사업체는 32억 달러(약 4조3616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최대 민간기업 목록에는 143위에 올랐다.

플레처의 가족들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가슴이 아프고 황망하다. 플레처는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 학생들, 학부모들, 자신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였다”며 “이제는 고인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이었는지 기억하고 찬양하고 응원해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