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0일(현지 시각) 런던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즉위 공포문에 서명하고 있다. 이날 찰스 3세가 서명 도중에 짜증을 내며 책상 위의 펜을 치우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TV에 생중계됐다. /AP 연합뉴스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74)가 왕위 계승의 일환으로 치러지는 공식 행사에서 짜증을 내는 모습이 잇따라 공개돼 영국인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찰스 3세는 지난 8일 서거한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뒤를 이어 국왕 자리에 올랐다.

찰스 3세는 13일(현지 시각) 왕국 순회 일정으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인근 힐스버러성을 방문했다. 방명록에 서명하려는 순간 펜의 잉크가 흘러 손에 묻자, 그는 “이런, 정말 싫다(Oh god, I hate)”며 벌떡 일어났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커밀라 왕비가 펜을 받아들고 “(잉크가) 사방에 흘렀네요(going everywhere)”라고 답하자, 찰스 3세는 “이런 빌어먹을 것은 못 참겠다(I can’t bear this bloody thing),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지(Every stinking time)”라고 불쾌한 모습을 노출했다.

찰스 3세가 즉위 후 공식 행사에서 짜증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일 런던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열린 즉위위원회 행사에서는 즉위 공포문에 서명하기 위해 책상에 앉으려다 잉크병과 펜대가 거슬리자 이를 치우라는 듯 신경질적으로 손을 여러 차례 내저었다. 또 국왕 서약서에 서명하려 다시 앉는 과정에서도 펜대를 치우라고 인상을 쓰며 다시 손짓을 했다.

찰스 3세의 ‘짜증 영상’은 영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금세 확산됐다. 네티즌들은 ‘#Pengate’(펜 게이트)라고 해시태그를 붙인 영상을 공유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짜증을 내거나 거친 말을 하지 않았다”며 실망스러워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때마침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와 재무·홍보 담당, 가사 도우미 등 약 100명의 직원을 해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찰스 3세의 국왕 등극으로 업무가 폭주해 밤낮없이 일하던 지난 12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로 인해 찰스 3세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나오고 있다.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은 찰스 3세의 측근을 인용해 “새 국왕은 재미있는 사람이지만, 성미가 급하고 까다로운 면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