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450구에 규모에 달하는 집단 매장지가 발견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매장된 이들을 향해 재미 삼아 총을 쐈다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대국민 연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모든 러시아 파시스트들의 범죄가 기록되고 있고, 증거가 수집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로부터 수복한 동북부 이지움에서는 약 450구 규모의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시신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손과 목이 묶여있는 등 고문의 흔적이 있는 시신도 적지 않았다. 일부 시신은 귀가 잘리기까지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민은 물론 외국인까지 가둬두고 학대한 고문실이 발견됐다”며 “지난 3월 스리랑카 시민 7명과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 의대생들이 러시아군에 붙잡혀 지하에 갇혔다. 이들은 하르키우주 해방 이후 구출돼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는 부차에서 저지른 짓을 이지움에서 반복했다”며 “우리는 하르키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이제야 알기 시작했다. 세계가 이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철수한 키이우 외곽의 소도시 부차에서는 약 46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들 모두 러시아군에 의해 고문, 강간, 처형된 민간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지움에 현장 조사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트로셀 대변인은 “현장 조사팀은 매장지에 묻힌 사람들이 군인인지 아니면 민간인인지, 이들의 사망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며 “묻혀 있는 이들의 사망 이유 등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