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 이어 또 다른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 원전 사고의 위험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 사찰을 실시한 지 약 2주일 만이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19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오늘 새벽 남부 미콜라이우주(州)의 피우데누크라인스크 원전(남부 우크라이나 원전)을 장거리 로켓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여러 발의 로켓이 원자로에서 약 300m 지점에 떨어졌다”며 “다행히 원자로는 무사했지만, 근처 건물의 창문 100여 개가 깨지고, 송전선과 근처 수력 발전소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원자력 발전소로 이어진 3개의 송전선이 일시적으로 차단됐다가 복구됐다”고 보도했다.
남부 우크라이나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자포리자 다음으로 큰 원전이다. 총 3기의 가압경수로(PWR) 원자로가 있고, 발전 용량은 자포리자 원전(5700MW)의 절반가량인 2850MW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운영해 왔으며, 2016년 기준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약 10%에 해당하는 16테라와트시(TWh)를 공급했다.
이날 공격으로 원전 인근에 있는 수력 발전소의 가동이 잠시 중단되면서 주변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다. 남부 우크라이나 원전은 올렉산드리우스카 수력발전소, 타시리크 양수 저장 발전소와 함께 ‘남부 우크라이나 전력 단지’를 이루고 있다. 수력 발전소가 입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페트로 코틴 에네르고아톰 대표는 “미사일이 조금만 더 가까이 떨어졌다면 원자로가 손상됐을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의 핵 테러 시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최근 남부 전선에서 헤르손 지역의 수복에 나선 우크라이나 공세에 대응해, 인근 미콜라이주의 산업 시설과 민간 지역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침략자 러시아군이 원전이 어떤 것인지 잊은 채 또 다시 공격에 나섰다”며 “러시아가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너무 늦기 전에 이들의 공격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는 이날 남부 우크라이나 원전에 공격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사고 위험성이 제기됐던 자포리자 원전은 IAEA 현장 사찰 이후 전체 원자로 동작을 멈추고 냉각시키는 가동 중단 단계에 접어들었다. 또 원자로 냉각 펌프 가동에 필요한 외부 전력선도 일부 복구했다. 이로 인해 원전이 공격받더라도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지 못해 체르노빌 때와 같은 노심 용융(멜트 다운) 사고가 발생할 우려는 차츰 해소되고 있던 상황이다.
IAEA는 현재 자포리자 원전 일대를 비무장 안전구역으로 만드는 방안을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협의 중이다. 원전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포리자뿐만 아니라 다른 원전에도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자포리자와 남부 우크라이나 원전 외에 북서부 바라쉬(리우네 원전)와 네티신(하멜니츠키 원전)에서도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