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서방 세계에 대해 "핵무기로 협박을 한다면 그 방향은 어디가 될지 (서방이) 알아야 한다"면서 사실상 핵무기 사용 협박을 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해 우크라이나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가 예비군을 동원하는 것은 2차 대전 이후 60여년만에 처음이다. 푸틴은 또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며 서방 세계를 향한 협박을 이어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이 공포의 버튼을 누르고 핵 (무기) 위험을 높였다”면서 해당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2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해외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예비군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예비군을 동원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이다. 푸틴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와 러시아의 주권, (영토적) 통합성 보호를 위해 부분적 동원을 추진하자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제안을 지지한다”면서 “해당 대통령령에 서명했으며 동원 조치는 오늘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동원될 예비군의 인원은 3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2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트램역 뒤로 러시아 군인의 광고판이 보인다./로이터 뉴스1

대국민 연설에서 푸틴은 또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향해 ‘핵무기 협박’을 한다면서 “러시아의 통합성이 위협받으면 우리는 분명히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허풍이 아니라며 “계속 핵무기로 협박을 하면 그 방향이 (서방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서방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국제 사회의 지원과 지지를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진행한 화상 대담에서 “우리 군은 전장에서 더 강해졌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이 세계에서 당신은 방관만 하면 안되고 확실하게 편을 골라야 한다”면서 “선과 악, 빛과 어둠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 키이우의 비탈리 클리슈코 시장은 “푸틴의 이번 동원령과 핵무기 위험은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을 정복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저 독재자(푸틴)는 결국 자신을 고국에 묻어버릴 길로 들어서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클리슈코는 이어 “전세계 문명인들은 이 악당과 평화 협상을 할 것이 아니라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인 20일 친러 반군이 점령 중인 돈바스 등 동부와 남부 지역 4곳의 친러 행정부 측은 오는 23~27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DPR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돈바스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투표가 가결될 경우 최대한 빨리 러시아에 편입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