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히잡 미착용 20대 여성 의문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 오토바이가 불타고 있다./AP 연합뉴스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대해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른 억압 통치에 대한 분노가 정권을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외국인을 포함, 외출 시 여성이 반드시 히잡을 써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일(현지 시각)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인 쿠르디스탄주(州) 곳곳에서 그의 의문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아미니의 장례식이 끝난 17일부터 수도 테헤란 등 도시 10여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여성이 주도한 시위로, 일부 여성은 대열 앞에서 히잡을 불태우거나 머리카락을 잘랐다.

20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거리에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의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미니의 사진을 들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미니는 지난 13일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고, 16일 테헤란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갑자기 쓰러졌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다.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지만, 유족 측은 “아미니가 평소 건강했고, 심장 관련 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아미니 체포 당시 경찰이 그의 머리를 지휘봉으로 가격하고, 차에 내리쳤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는 더 거세지고 있다. 이란 인권단체 헹가우는 21일까지 6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이날 이란 전역에서 최소 1000명의 시위대가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란 지도부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20일 유족들에게 대표단을 보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 순찰대’의 단속 및 조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