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적 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21일 모스크바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남성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뒤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젊은 층이 급증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정부가 항공사 등에게 18세에서 65세 사이의 러시아 국적 남성에게 비행기표를 팔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아미차이 스타인 기자는 러시아 소셜미디어 반응을 인용해 러시아 철도 및 항공사들이 18세에서 65세 사이의 자국 남성에게 비행기표 판매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국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국방부가 발급한 특별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허가증이 없으면 국외로 나가기 위한 티켓을 구매하지 못한다.

앞서 동원령 발표 직후 러시아 출발 편도 항공편 가격은 2배 이상 뛰었다. 러시아인들이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행 직항편은 일찍이 매진됐다. 모스크바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표는 8만 루블(약 184만원)에서 17만3000루블(약 398만원)로 두 배 넘게 뛰었다.

핀란드로 향하는 러시아 국경에 차들이 몰렸다. /Amir Tsarfati 텔레그램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국가 중 4개 국가가 러시아 관광객의 입국을 불허하기로 해 육로를 통해 국가를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러시아를 떠나려는 사람들은 유일한 육로 탈출로인 핀란드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몰린 인파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네티즌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는 핀란드로 향하는 러시아 국경에 차들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차가 앞뒤로 빽빽해 앞으로 나아가지도, 되돌아가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모습이다. 일부 시민들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구체적인 동원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규모는 전체 예비군 2500만명 중 30만명이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