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당국이 하르키우주 이지움 외곽의 집단 매장지에서 발굴한 시신에서 고문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지움은 우크라이나가 이달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지역이다.
23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올레그 시네구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날 “지난 16일 시작한 발굴 작업이 완료 됐다”며 “대부분 폭력적 죽음의 흔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발굴한 시신 436구 중 30구에서 고문 흔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시네구보우 주지사는 “목에 밧줄을 감고 있거나 손이 묶여 있거나, 사지가 부러지거나, 총상을 입은 시신이 있었다”며 “일부 남성 시신은 성기가 절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들이 러시아 침략자들이 이지움 주민들에게 끔찍한 고문을 가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발굴한 유해 대부분은 민간인의 것이었고, 매장된 사람 중 군인은 21명 뿐이었다고 한다.
이지움은 지난 4월 러시아군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당한 뒤 러시아 손에 넘어갔다. 이후 5개월간 러시아군의 전략적 요충지로 쓰였으나 이달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성공해 수복했다.
시네구보우 주지사는 이지움을 포함해 탈환한 하르키우 전역에서 집단 매장지 최소 3곳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발굴된 시신은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들 각각의 죽음의 상황을 찾아낼 것을 맹세한다”며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진실을 알게 하고 살인자들이 처벌 받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침략자들의 모든 범죄는 문서로 기록될 것이고, 그들은 자신의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철수한 점령지에서 집단 매장지가 다수 발견되면서 러시아에 의한 학살 의혹이 제기 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줄곧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3월 부차에서 시신 50여구가 묻힌 집단 매장지가 확인됐고, 마리우폴에서도 위성사진을 통해 매장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