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에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러시아 합병에 대한 투표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총을 든 병사가 주변을 지키고 있다./타스통신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자포리자·헤르손 등 4개 지역에서 러시아 합병에 관한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총으로 무장한 병사가 지역 주민들에게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25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우크라이나 헤르손에 거주 중인 28세 남성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현지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총으로 무장한 친러시아파 병사가 가정집을 방문하며 “사실상 위협하며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헤르손에서는 23일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여러 친러시아파 병사를 데리고 집집마다 방문해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DPR과 LPR, 남부의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에서 지난 23일(현지 시각)부터 27일까지 닷새간 러시아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 중이다. 국제사회는 조작된 ‘가짜투표’라며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매체는 “원래 헤르손에는 친러시아파 주민들도 있었지만, 러시아군의 약탈이 횡행하게 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A씨는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기권하려고 하지만, 반러시아적인 말과 행동을 하면 당국에 구속되는 것이 일상화돼 기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표가 급하게 결정되는 바람에 투표용지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제대로 된 집계를 하지 않고 찬성이 다수라는 결과를 발표할 것이 뻔하다. 러시아가 늘 하던 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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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데일리메일은 실제 선관위 관계자들이 무장한 병사들과 함께 주민들의 집을 방문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을 보면 선관위 관계자 2명은 총을 소지한 병사 2명과 함께 한 아파트를 방문한다. 해당 영상을 공개한 네티즌은 “우크라이나에서 투표가 진행되는 방식”이라며 “자포리자의 한 아파트에서 이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2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한 주민이 투명한 투표함에 투표를 하고 있다./타스통신 연합뉴스

무장한 병사가 동행하는 것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이번 투표에는 투명한 투표함이 사용되고 있다. 외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주민들은 어느 곳에 투표를 했는지가 훤히 보이는 투명한 소재로 만들어진 투표함에 투표를 하고 있다.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 시각)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표함에 헤르손 주민이 투표하고 있다./타스통신 연합뉴스

한편 타스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곳에 대한 합병 승인을 오는 30일 발표할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 의원은 “주민 투표 예비 결과와 러시아가 이를 인정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고려할 때 DPR과 LPR·헤르손·자포리자 4곳의 러시아 편입 승인이 이르면 30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편입 승인 관련 절차에 직접 참석할 것 같다고 했다.

야로슬라프 닐로프 자유민주당 부당수는 “러시아 상원 의원들이 30일 예정된 중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세 차례 통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