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무대에 서는 동안 조국에서는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얀마를 도와주세요.”
국제 미인대회 무대에서 쿠데타 군부를 비판했던 ‘미스 미얀마’ 출신 모델이 결국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캐나다로 떠난다. 태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해 방콕 공항에 억류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27일(현지 시각)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스 미얀마 출신 한 레이는 이날 밤 캐나다 토론토로 떠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최종 20인으로 선발된 모델이다. 당시 최종 심사 무대에 올라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의 실상을 고발하고, 탄압받는 자국민들에 대한 도움을 눈물로 호소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흰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섰던 그는 “세계의 모든 시민은 조국의 번영과 평화를 바란다. 지도자들이 자신의 권력과 이기심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미얀마에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외치기 위해 거리에 나설 때, 저는 이 무대에서 제 시간을 이용해 똑같이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레이가 눈물의 호소를 하던 날은 미얀마 전역 41개 도시에서 벌어진 반(反)군부 시위 도중 군경의 실탄 발포로 100여명의 민간인이 숨진 날이었다. 사망자 중에는 5살부터 14살까지 여러 명의 어린이도 있었다. 한 레이는 “목숨을 잃은 모든 시민에 깊은 애도를 보낸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처벌을 피해 태국에 머무르며 꾸준히 군부의 만행을 고발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최근 비자 갱신을 위해 해외에 나갔다가 재입국을 거부당했고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억류됐었다. 한 레이가 본국 송환 위기에 놓이자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 미얀마 군부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만약 그가 미얀마로 돌아갔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군정은 저항 세력에 무자비한 중형 선고를 이어왔으며 지난 7월에는 반체제인사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군부는 군정을 공개 비판한 한 레이를 반역죄로 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