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동원령을 피하기 위해 해외 탈출을 시도하는 러시아 청년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관문인 핀란드의 접경 지역이 밀려드는 러시아 차량으로 큰 혼잡이 벌어지고 있다. 또 몽골이나 조지아, 카자흐스탄 등 다른 주변국 국경 검문소로 향하는 러시아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핀란드 접경 지역엔 국경을 넘으려는 러시아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검문소 앞 최대 500m까지 길게 줄이 늘어섰다. 핀란드 국경수비대는 이날 “지난 24일 핀란드로 입국한 러시아 시민은 8572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3000명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국경 약 1300㎞를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인이 유럽으로 진입하는 주요 관문으로 쓰이고 있다. 앞서 70여 년간 군사적 중립 노선을 고수했던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신청하는 등 반(反)러시아 대열에 합류했지만 러시아 관광객 유입엔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로부터의 입국 사례가 늘어나자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러시아 관광객 증가로 핀란드의 국제적 지위 및 관계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러시아 시민에 대한 입국과 비자 발급을 크게 제한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주변국 접경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AFP통신은 “러시아로부터의 긴 차량 행렬이 몽골 국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동원령 발표 이후) 5일간 3000명 이상이 몽골에 입국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선 동원령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 2000명 이상이 현지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도이치벨레(DW)는 “러시아 남서부 다게스탄 공화국 수도 마하치칼라에선 시위대 100여 명을 해산시키려 경찰이 경고 사격까지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기 위해 예비군 동원령을 발령한 가운데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 우스트-일림스크에서는 한 남성이 이 지역의 군사동원센터 안으로 들어가 총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센터 직원 한 명이 부상해 치료 중이다. 러시아 중부 우드무르티야 공화국 주도 이젭스크의 한 학교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13명이 숨졌다. 34세의 무장 남성은 이젭스크에 있는 88번 학교에 침입해 교실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학생 7명, 경비원 2명과 교사 등 총 13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