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경찰의 무력 진압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사망자 중에는 청소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란인권단체(IHR)는 8일(현지 시각) “4주째 이어지는 이란의 ‘히잡 의문사 시위’ 도중 경찰의 과잉 진압 등으로 사망한 사람이 185명에 달한다”며 “이 중 18세 이하로 파악된 희생자도 최소 19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IHR 측은 “보고된 사망자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보안 문제와 인터넷 차단으로 방해를 받고 있다”며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6일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이 사건에 항의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에 항의하고 시위대에 연대를 표시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고,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소셜미디어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 분수대 여러 곳의 물이 붉게 변한 사진이 확산했다. 시위 관련 내용을 올리고 있는 한 트위터 계정은 ‘피에 잠긴 테헤란’이라는 제목으로 익명의 예술가와 행동가들이 올린 사진이라고 밝혔다. WP는 “이 분수들은 정부 검열을 받는 도시 극장 근처나 개혁기에 만들어진 이란 예술가 포럼 근처에 있는 것들”이라며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곳의 분수대를 이용해 예술적 차원에서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사진은 완전한 거짓이며, 테헤란 모든 분수대 물의 색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란 정부는 사태 진정을 위해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8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브 이란 의회 의장, 골람 호세인 모세니-에제이 사법부 수장과 회의를 열고 “국가 보안과 안정”을 논의했다. 회의 직후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의 적들이 만들어낸 적의와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언어·종교·민족과 상관없이 이란 사회의 모든 그룹에서 통합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