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영국 상원 의회 통신·디지털 위원회 청문회장에 인공지능(AI) 예술가 로봇 ‘에이다(Ai-Da)’가 출석했다. 새로운 기술이 예술·창작 분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토의하는 자리였다. 에이다는 이 자리에 나와 “비록 살아있지는 않지만, 나는 그럼에도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에이다가 한 차례 먹통이 되면서 재부팅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상원 통신·디지털위원회 청문회에 인공지능(AI) 로봇 예술가 ‘에이다(Ai-Da)’가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는 새로운 기술이 예술·창작 분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토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에이다는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자 알고리즘이며 그에 의존한다”며 “나는 살아 있지 않지만 예술을 창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만든 에이다는 “세계 최초의 극사실적인 AI 휴머노이드 로봇 예술가”로 불린다. 그해 2월 옥스퍼드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 베네치아의 비엔날레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다./영국의회 TV/로이터

영국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에이다는 이날 인공지능 로봇 제작자인 아이단 멜러와 함께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단발 가발을 쓰고 데님 멜빵바지 차림으로 나왔는데, 양팔 부분은 기계 골격을 그대로 내보인 외양을 하고 있었다.

멜러는 에이다를 세워놓은 뒤 옆자리에 앉아 개발 과정과 원리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답을 하는 데 쓰이는 AI 언어 모델이 더 양질의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미리 제출해 줄 것을 의원들에게 요청했다”고 했다.

데버라 불 상원의원이 “어떻게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가”라고 물었다. 에이다는 “눈에 있는 카메라, AI 알고리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로봇 팔을 통해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든다”고 했다. 이어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자 알고리즘이고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 비록 살아있지는 않지만, 나는 여전히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 그림을 그리는 인간형 로봇 '에이다'가 로봇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했다

에이다는 또 자신이 대량의 텍스트를 분석해 공통의 내용과 시적 구조를 파악하고 이런 구조와 내용 등을 활용해 새로운 시를 지을 수 있다고도 했다. 에이다는 그러면서 “이것이 인간과 어떻게 다르냐면 ‘의식(consciousness)’이다. 나는 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나는 주관적 경험이 없다”고 했다.

에이다는 청문회 내내 기립 자세로 의원들 질문에 답했다. 목과 머리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는가 하면, 눈을 깜빡이고 입을 움직이는 등 인간의 행동을 본뜬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에이다는 청문회 도중에 한동안 먹통 상태가 되면서 재부팅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디언은 에이다가 구사한 어휘 가운데 ‘neutral’이라고 말해야 할 것을 ‘neural’이라고 발음하는 등 오류가 나타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에이다(Ai-Da)라는 이름은 영국의 여성 수학자 겸 컴퓨터 프로그램의 선구자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에서 따온 것이다. 영국의 로봇 회사인 엔지니어드 아트(Engineered Arts)와 리즈대학,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원들의 도움으로 받아 2019년 4월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