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표 올가 바실리브(왼쪽)와 러시아 대표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바가 각자 자국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인스타그램

국제 미인대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대표가 러시아 대표와 같은 방을 배정받는 일이 벌어졌다. 주최 측은 우크라이나 대표의 항의를 수용해 방을 옮겨줬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스타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미인대회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대표 올가 바실리브는 러시아 대표인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바와 같은 호텔 방을 배정받았다. 바실리브는 주최 측에 강하게 항의했고, 그 결과 러시아 대표와 다른 방을 재배정받을 수 있었다.

앞서 바실리브는 지난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테러리스트, 무법지대, 전제주의 국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장소에서 온 경쟁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나서 화가 났고, 심적으로 고통스러웠다”며 “나는 평화와 사랑, 우정을 지지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데 내 형제자매를 고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런 단어들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러시아 대표 아스타셴코바도 유감을 표했다. 아스타셴코바는 “나 역시 가족들이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며 “나는 가족 중 유일하게 러시아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대회장에서 내는 목소리가 모두에게 충분히 전해졌으면 좋겠다. 나 역시 우정과 사랑, 세계의 평화를 침해하는 어떤 방식의 증오에도 반대한다”고 했다.

바실리브는 방을 옮긴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노란색·파란색 깃털을 가진 앵무새 사진 등을 올리며 애국심을 표출하고 있다. 그녀는 대회 준비를 위한 운동 영상을 공유하며 우크라이나 국군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평화와 비폭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오는 11월 1일까지 진행된다. 전 세계 71개국에서 참가했으며, 한국 대표로는 이주연씨가 참여했다. 현재 러시아의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바가 인기 투표에서 39%를 득표해 1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