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왼쪽) 브라질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첫 TV 토론에서 맞서고 있다.

오는 30일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박빙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며 접전을 펼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이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는 양상이다. 두 후보는 16일(현지 시각) 진행된 TV 토론에서 코로나 방역 실패와 정부 부패 등을 거론하며 격돌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날 기준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52%, 48%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율 격차는 4%포인트로, 1차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의 격차(13%포인트)에 비해 간극이 상당히 좁혀진 셈이다.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IPEC는 1차 투표 직후인 지난 3~5일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룰라 전 대통령이 결선 투표에서 51% 득표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놓았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2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48.4%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을 넘기지는 못했다. 브라질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가장 표를 많이 받은 두 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뒤졌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3.2%를 득표해 예상 외로 선전해 보수층에 숨어 있던 이른바 ‘샤이 보우소나루’가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권의 관심은 1차 투표에서 탈락한 군소 후보 9명의 표를 어느 후보가 확보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한 시몬 테벳 민주운동당(MDB) 후보가 지난 5일 “룰라는 보우소나루와 달리 브라질의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신념을 보여줬다”며 룰라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3%를 얻은 시로 고메스 민주노동당(PDT) 후보도 룰라 지지로 돌아섰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상파울루·미나스제라이스·리우데자네이루 등 3곳의 주지사들의 지지 선언을 받아내며 룰라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16일 오후 진행된 첫 번째 TV 토론에서 두 후보는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현 정부의 코로나 방역 실패, 환경 파괴 등을 비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로 얼룩졌으며, 마약 중개상과 범죄자들의 친구라고 맞받았다. 두 후보는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토론 내내 공방을 이어갔다.

이번 결선 투표는 브라질 사상 가장 극단적인 이념 대립 속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좌파 노동자당 소속의 룰라 전 대통령은 ‘중남미 좌파 대부’ , 우파 자유당 소속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열대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지난 7월에는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노동자당 당직자를 총격 살해하고, 이틀 뒤에는 또 다른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룰라 유세 현장에 폭발물을 투척하는 등 폭력 사태가 잇따르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투표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거듭 제기하고 있어,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결정되면 패배한 쪽의 불복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