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서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했다가 실종설에 휘말린 이란의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가 “귀국길에 올랐다”며 앞선 의혹을 부인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레카비는 18일 오후 5시쯤 인스타그램에 “예정된 일정에 따라 팀원들과 함께 이란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모든 이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글을 올렸다.
레카비는 또 이번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급히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부주의로 히잡이 떨어졌다며” “타이밍이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가족은 레카비가 향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자세히 해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레카비는 이란 대표팀 자격으로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4위에 올랐다.
레카비는 대회 초반 히잡을 착용했지만 결승 경기에선 히잡 없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채 경기에 나섰다. 이를 두고 레카비가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히잡 시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회가 끝난 뒤 외신들은 레카비가 지난 16일부터 연락이 끊겼고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주한이란대사관 측은 18일 트위터를 통해 “레카비는 이날 오전 다른 팀원들과 서울을 떠나 이란으로 출발했다”며 “레카비와 관련된 뉴스는 거짓말, 허위 정보”라고 입장을 밝혔다.
레카비가 귀국 후 수감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란은 국제 스포츠대회에 참가하는 여성 선수들에게도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2년 전 상하이에서 열린 체스대회에 참가했다가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이 유출됐던 이란 여성 심판 쇼레 바야트는 결국 안전상 이유로 귀국하지 않고 영국으로 망명한 바 있다.
한편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