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동부지검 브레온 피스 검사가 이날 프랑스 시멘트 회사 라파지와 관련한 브루클린 연방법원의 발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프랑스의 한 시멘트 회사가 지난 2010년대 초·중반 시리아에 있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직원들 안전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등에 돈을 준 혐의로 1조원이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 이는 지금까지 테러 조직과 관련해 사기업에 부과된 벌금 중 최대 액수이다.

1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은 이날 “프랑스 시멘트 회사인 라파지가 테러 조직인 IS와 알누스라 전선 등을 지원한 혐의로 벌금 7억7800만달러(약 1조1094억원)를 미 정부에 납부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라파지홀심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IS에 돈을 준 것은) 회사 방침에 어긋나는 간부들의 독자적 결정이지만 회사는 책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다. 라파지홀심은 지난 2015년 라파지와 스위스 업체 홀심이 합병해 만든 회사로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뉴욕의 라파지 시멘트 공장 시설에서 화물차 한 대가 정문을 나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날 미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라파지는 지난 2013~2014년 시리아 북부 잘라비야에서 시멘트 공장을 운영하면서 IS와 알누스라 전선에 모두 592만달러(약 84억원)를 건넸다. 직원들 안전을 보장하고 검문소 통행 등을 위한 대가였다. 트럭 한 대당 통행료는 150달러(약 21만원) 수준이었다. IS와의 자리를 주선한 중개인에게는 110만달러(약 15억원)를 줬다. 중개인을 통해 송장을 만들어 실제 지불 내역을 숨기고, 시리아 당국과의 갈등이나 회계 문제도 피했다. 미 법무부는 라파지가 시리아 공장 운영을 통해 7000만달러(약 1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했다. 브레온 피스 뉴욕 동부지검 검사는 “라파지가 악마와 거래를 했다”며 “이 돈이 없었다면 예산이 크게 부족했을 테러 단체에 수백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

이번 재판과 별개로 프랑스 당국은 지난 2018년 라파지 임원 8명과 법인을 테러 조직에 돈을 지원하고 직원들을 위험에 노출시킨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올해 5월 프랑스 항소법원은 반인도적 조직과 공모해 테러 단체를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