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중국 영사관에서 벌어진 반중(反中) 시위대 폭행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욕보였다는 이유로 중국 영사관 직원 8명이 한 남성을 집단 폭행했고, 이 과정에 중국 총영사가 직접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인물이 주재국 법 제도를 무시하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셈이 된다. 영국 정부가 직접 문제 제기에 나섰고, 의회에서는 “폭행에 연루된 중국 외교관을 모두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외무부는 18일 런던 주재 중국 대사대리를 초치(招致)해 영사관 시위대 폭행 사건에 대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제시 노먼 외무부 부장관은 “우리 정부의 깊은 우려를 전달하고, 영사관 직원들의 폭력적 행위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맨체스터 중국 영사관 앞에서는 30여 명의 영국 거주 홍콩인과 중국계 영국인이 반중 시위를 벌이다 시위대 중 한 명이 집단 구타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영사관 직원 4명이 시위 중이던 남성 한 명을 영사관 담장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후 4명이 더 가세해 총 8명이 이 남성을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했다.
폭행당한 남성은 심각한 부상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경찰이 담장 안으로 진입, 가까스로 그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사건 직후 “시위대가 총영사관 안전을 먼저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영사관 측은 “시위대가 우리 주석을 모욕했다고 느낀 영사관 하급 직원들의 우발적 행위”라는 해명도 내놨다. 시위대는 이날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滅)할 것’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시 주석의 제왕적 통치와 영구 집권 시도,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 체제 등을 집중 비판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은 중국 영사관이 조직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집권 보수당 소속 얼리셔 키언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정시위안 중국 총영사가 직접 나서 시위대 폭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에 나온 인물 중 베레모와 마스크를 쓴 이가 정시위안 총영사”라며 “이 인물이 시위대를 공격하고, 시위에 쓰인 팻말을 망가뜨렸다”고 했다. 야당인 노동당 소속 아프잘 칸 의원은 “(민주주의 국가인) 영국 땅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며 “정부가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의회는 정시위안 총영사 등 이번 사건에 가담한 중국 외교관을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 영국에서 추방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외교장관은 “영국에서 평화적 시위는 시민의 기본권이고, 중국 정부도 이 점을 존중해야 한다”며 “중국 측에 제대로 된 해명과 후속 조치를 요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타임스 등은 “영국 정부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