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명 대성당 앞에서 나체로 사진 촬영을 하던 영국인 일당이 경찰에 체포됐다.
20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아말피 경찰은 지난 17일 오전 7시30분쯤 공연음란죄 혐의로 영국인 일행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말피에 있는 성 안드레아 대성당 계단에서 나체로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인근에 있던 한 현지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한 여성이 빨간색 천 하나를 몸 전면에만 간신히 걸친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성은 몇 계단 아래에서 여성을 촬영하고 있다. 여성이 몸을 좌우 측면으로 틀 때마다 나체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반바지를 입은 또 다른 여성은 천을 정리하고, 포즈를 잡아줬다. 영상에는 현지 주민이 “성당에서 나체라니 미쳤어”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그 어떤 촬영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 “단순히 아말피 해변을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며 “어디에 공개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끝내고 이들 3명을 공연음란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들은 최대 3만유로(42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말피 대성당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현지 주민이자 미술학자인 로라 다이어는 “이들의 행동이 주민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성당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어 “주민들에게 성당은 예배의 장소고 성당의 역사적 의미는 주민들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유명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일탈 행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에는 한 사우디아라비아 관광객이 렌터카를 몰고 로마의 스페인 계단을 내려왔고, 지난 6월에는 미국인 관광객 2명이 같은 장소에서 전동 킥보드를 던져 계단 일부를 훼손했다. 지난 8월에는 호주 관광객 2명이 베네치아 대운하에서 서핑을 즐겨 논란이 됐다. 지난 6일에는 한 미국인 관광객이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흉상 2점을 파손하는 일도 있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익명성’과 ‘소셜미디어 중독’을 원인으로 꼽았다. 오드리 탕 심리학 박사는 “이들에게는 익명성이 일종의 보호막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톰 젠킨스 유럽관광협회(ETOA) 최고경영자는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와 ‘팔로워’를 더 얻기 위해 일탈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