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5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인터넷 통제로 기업의 결제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이란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와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 테헤란 상공회의소는 “지난 한 달 동안 정부의 인터넷 차단으로 IT업계에 약 240억달러(약 34조548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한 달 동안 온라인 거래가 50~70% 감소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던 온라인 스토어 약 70만개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인터넷 감시 기구인 ‘넷블락스(Netblocks)’도 인터넷 차단으로 인한 이란의 경제적 손실이 하루 3700만달러(약 533억원)에 달할 것이라 추정했다.
지난달 13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2세 여성이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시위가 이란 전역으로 확산하자, 이란 당국은 시위 영상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 특정 지역에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인스타그램·왓츠앱 등 소셜미디어 접속도 막아버렸다. 이란 통신부는 인터넷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가상 사설 네트워크(VPN) 판매를 처벌할 방침이라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이란 재계는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국가 경제 및 인적 자원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후세인 셀라바르지 테헤란 상공회의소 부소장은 “당국의 인터넷 통제로 숙련된 IT 종사자들이 이란을 떠나고 있으며, 이는 이란 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란 이민관측소가 민간 부문의 고위직 및 중간 관리자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70% 이상이 “있다” 또는 “매우 있다”고 답했다.
이란은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와 정권의 부정부패, 실패한 경제 정책 등으로 이미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란의 최근 연간 물가 상승률은 50%를 웃돌았으며, 리알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장기화된 경제난 속에서 인터넷 통제로 IT 기업들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이란 경제가 또 한번 흔들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유엔은 “인터넷 통제로 인한 온라인 상거래 중단은 비공식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이란 여성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