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살인미수, 1급 납치, 1급 폭행 등의 혐의로 수감된 용의자 안채경(53)씨./NBC

미국 워싱턴주에서 한인 여성이 별거 중인 남편에게 공격을 받고 산 채로 땅에 묻혔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사연이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각) 미국 NBC뉴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서스턴카운티 보안관실은 지난 17일 오전 1시쯤 한 주택 앞마당 헛간 뒤에 숨어있던 피해 여성 안모(42)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피의자인 한인 남성 안채경(53)씨는 경찰에 체포돼 구속 수감됐다.

발견 당시 이 여성의 목과 얼굴 아랫부분, 발목이 덕트테이프(초강력 접착테이프)로 결박돼 “남편이 나를 죽이려한다”고 외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성의 머리와 팔다리에는 큰 타박상이 있었으며 옷과 머리카락이 흙으로 뒤덮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여성은 별거 중이던 남편 안씨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피해자와 이혼과 재산 등에 대화를 나누던 중 피해자를 공격했다.

피해자는 자신의 애플워치로 간신히 911에 신고했고, 안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애플워치에 등록된 연락처로 긴급구조 요청을 보낼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안씨는 피해자를 차고로 끌고 갔으며 망치로 애플워치를 부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피해자를 밴에 태워 숲 인근으로 데려가 구멍을 팠다. 그는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 부분을 여러 차례 찌른 뒤, 파놓은 구멍에 피해자를 밀어 넣고 흙과 나무로 그 위를 덮었다. 피해자는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손을 묶은 테이프를 풀고 탈출할 수 있었다. 피해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전화에서 입에 재갈이 물린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었으며, 기지국 데이터를 통해 전화가 걸려온 곳을 추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자녀들 또한 사건 당일 “어머니로부터 긴급구조 메시지를 받았다”고 경찰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스턴카운티 검찰청은 안씨가 1급 살인미수, 1급 납치, 1급 폭행 등의 혐의로 지난 18일 카운티 교도소에 입감됐다고 밝혔다. 이튿날 열린 예비심리에서 판사는 보석 없이 구금해달라는 검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은 안씨가 아직 정식 기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