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의 원숭이 실험을 놓고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실험은 어미 원숭이에게서 새끼를 빼앗고, 봉제 인형을 준 뒤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피는 것이었다.
23일(현지 시각)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의대 신경생물학자 마거릿 리빙스턴 연구팀은 이 같은 실험을 한 뒤 결과를 지난 9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었다.
논란은 동물보호단체 PETA가 실험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면서 불거졌다. PETA는 “실험은 잔인할 뿐만 아니라 결함도 많다”며 “하버드대는 이 끔찍한 실험실을 폐쇄하고 원숭이 관련한 모든 사진, 비디오, 진료기록 등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PETA 소속 신경과학자인 캐서린 로는 “인간에게 미치는 잠재적 이익보다 동물에게 끼치는 피해가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PETA에 따르면 새끼를 빼앗긴 어미 원숭이는 1년간 좁은 공간에서 봉제인형만을 보고 지냈다. 어미 원숭이는 새끼 원숭이가 사라진 뒤 괴로워했다. 새끼 원숭이는 심리적, 생리학적으로 피해를 봤다. 이들은 우리 안에서 반복적으로 원을 그리면서 돌아다니는 등의 행위를 했다. PETA는 이를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연구윤리 위반 논란이 일었다. 동물행동학자와 영장류학자 등을 포함한 연구자 250명은 지난 17일 “실험들이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PNAS에 논문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캐서린 호바이터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대 영장류학자는 “우리는 모성 분리에 의존하는 실험이 극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른 방식으로도 실험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리빙스턴 연구팀이 논란을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도 갓 태어난 새끼 원숭이의 눈꺼풀을 봉합해 1년간 실명 상태로 두고 시신경의 변화를 추적하는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실험 결과는 2020년 12월 PNAS에 실렸다.
논란이 불거지자 하버드 의대 측은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인류의 이익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인신공격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성 애착 실험도 인간의 모성 유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 실험으로 유산이나 사산을 겪은 여성의 심리적 회복에 필요한 개입을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리빙스턴의 원숭이 실명 실험은 시각 장애와 뇌 발달 등에 대한 중요한 지식을 제공한다”며 “이는 알츠하이머, 뇌암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버드 의대 측은 “리빙스턴 박사는 미 농무부(USDA) 규정을 준수했고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의 인증도 받았다”며 “하버드 의대 과학자들은 동물의 권리를 개선하고 가능한 한 동물을 이용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