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뒤셀도르프 주립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피에트 몬드리안의 ‘뉴욕 시티 I’(New York City I). /로이터 뉴스1

추상미술의 대가로 불리는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의 작품 중 하나가 무려 75년 동안이나 거꾸로 전시돼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28일(현지 시각) BBC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문제의 작품은 1941년 탄생한 ‘뉴욕 시티 I’(New York City I)로 빨강·파랑·노랑·검정색의 접착테이프가 불규칙한 격자무늬를 이룬 모양이다. 몬드리안 사후인 1945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처음 전시됐다가 1980년부터는 독일 뒤셀도르프 주립미술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작품의 위아래가 뒤바뀐 상태로 전시돼 왔음을 지적한 인물은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인 수잔 메이어뷰저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접착테이프가 겹쳐지며 만들어낸 격자무늬가 하단에서 더 촘촘해지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원래는 작품의 윗부분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메이어뷰저는 올 초 해당 작품을 포함한 전시를 기획하려 자료를 조사하던 중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며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같은 시리즈로 제작된 몬드리안의 작품 ‘뉴욕 시티’의 모양이다. 현재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 전시돼 있는 뉴욕 시티는 뉴욕 시티 I와 비슷한 무늬를 띠고 있는데, 두 작품의 위아래가 반대라는 것이다.

피에트 몬드리안의 1941년작 ‘뉴욕 시티 I’(New York City I). 왼쪽은 지난 75년 동안 전시된 모습이고 오른쪽은 큐레이터 수잔 메이어뷰저가 원래 방향이라고 주장한 모습. /트위터

두 번째는 몬드리안이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고 며칠 뒤 그의 화실에서 찍힌 사진이다. 그해 6월 한 잡지에 게재됐던 것으로, 이젤 위에 놓인 뉴욕 시티 I의 방향이 현재 전시된 모습과 다르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작품 상단에 남아 있는 흔적이다. 메이어뷰저는 노란색 테이프가 끊어진 모양으로 봤을 때, 몬드리안이 제작 당시 그림판을 거꾸로 뒤집은 채 작업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메이어뷰저의 주장이 맞다면 이 작품은 무려 75년 동안이나 잘못 전시돼 있었고,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된다. 애초에 거꾸로 달리게 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혼동을 빚게 된 건 작품 속에 작가 서명이 없었던 탓이라고 메이어뷰저는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작품의 방향을 원래대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파손 위험 때문이다. 메이어뷰저는 “접착테이프가 이미 느슨하게 된 상태라 지금 거꾸로 뒤집는다면 중력의 영향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그 오류마저 작품의 일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