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로 자식을 잃은 한 미국인 아버지의 사연이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브 블레시(62)는 전날 아내와 쇼핑을 하던 중 동생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의 동생은 “한국 상황을 들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둘째 아들 스티븐이 걱정된 블레시는 그 전화를 받은 뒤부터 정신없이 정부 공무원들과 친구들 등 이곳저곳에 연락을 취했다.
블레시는 몇 시간 뒤 주한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그의 아들이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NYT는 “스티븐은 이번 압사참사에서 사망한 미국인 2명 중 1명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블레시는 매체와 전화인터뷰에서 “마치 1억 번을 찔린 것 같은 아픔”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그냥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며 “엄청난 충격이었고 동시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올해 스무살인 스티븐은 국제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고, 아시아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두 달 전 한국으로 와 한양대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블레시는 “제 아내는 라틴계지만 아들은 라틴아메리카에 가고 싶어하지는 않았었다”며 “스티븐은 스페인어와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고 엄마보다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블레시는 “스티븐은 최근 중간고사를 마쳤고 친구들과 즐거운 주말을 즐기기 위해 외출한다고 말했었다”며 “나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30분 전 ‘외출한 것 안다. 몸 조심해라’라는 문자를 보냈다. 답장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아들에 대해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블레시는 “스티븐은 여행과 농구를 좋아했고 형과 마찬가지로 이글스카우트였다. 모험심이 강하고 사랑도 많이 베풀었다”며 “아들을 잃은 건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