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영웅’이라고 추켜세운 사령관이 경질됐다.
6일(현지 시각) 영국 국방성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3일 알렉산드르 라핀 중부군관구 사령관을 경질했으며 알렉산드르 린코프 소령을 권한대행으로 임명했다.
라핀은 2017년부터 중부군관구 사령관으로서 러시아의 시리아 원정 등을 이끌며 군 핵심 역할을 맡아왔던 인물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울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쟁 강경론자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이 “라핀은 무능하다”고 공개 비난하며 최근 경질설이 불거졌었다.
푸틴 대통령의 칭호까지 받았던 라핀이 고작 넉 달 만에 옷을 벗자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불리해진 전황의 책임을 일부 고위 군 지휘관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러시아군은 9월부터 북부 하르키우와 동부 도네츠크 진입 관문인 리만 등을 우크라이나군에 탈환당하면서 수세에 몰린 상태다. 심지어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격전지로 꼽히는 남부 헤르손마저 완전히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핀 외에도 러시아는 지난 9월 드미트리 불가코프 육군 대장 겸 국방차관을 해임하고 총참모부 산하 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 3성 장군을 교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국방성은 “라핀은 람잔 카디로프와 바그너 그룹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열악한 성과에 대한 비판을 지속해서 받아왔다”며 “이 같은 해임 패턴은 러시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책임과 비난을 러시아 고위 군 지휘관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소련과 동유럽 지역의 탈 공산주의 현상을 연구하는 블라드 미크넨코 교수는 “최근 러시아군의 굴욕적인 퇴각이나, 막대한 전쟁 비용에 대한 대중의 비난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국방부와 총참모부를 향해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향후 지속해서 패전할 경우 이 같은 ‘희생양’도 부족해진다”며 “이는 결국 러시아군 사기를 저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