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공개서한 내용을 반박하며 “상황이 어렵지만,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는 해병대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텔레그램

러시아 해병대원들이 지휘관들의 무능을 비판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작성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진화에 나선 상태다.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CNN, NBC 등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제155 해병여단 대원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공개서한이 텔레그램과 블로그 등을 통해 확산했다. 다만 여기에 동조한 대원들의 수와 계급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

대원들은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수신인으로 된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의 파블리우카 인근에서 공격받아 지난 나흘 동안 러시아군 30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말했다. 이어 “파블리우카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부대 장비의 절반 정도가 나흘 만에 파괴됐다”며 “하지만 지휘관들은 자신을 과시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사람을 고기라고 부른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향해서는 “지휘관들은 실제 병력 손실 규모를 숨기고 사상자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군사적인 실패에 관한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지휘관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이 전쟁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코제먀코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해병여단 지휘관들과 연락했다”며 “실제로 손실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 규모는 서한에 적힌 것만큼 크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어렵지만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는 일부 대원들의 영상을 첨부했다.

러시아 국방부 또한 이례적으로 반박 성명을 내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방부는 “파블리우카 인근 지역에서 수행된 10일간의 공격에서 지휘관의 유능함 덕에 해병대원 손실은 전체 병력의 1%를 넘지 않았다”며 “부대가 우크라이나 영역 내 최대 5㎞까지 진격했다”고 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러시아군이 계속해서 수세에 몰리면서 내부에서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NBC는 “이번 일은 사기가 떨어진 러시아군이 도시를 점령하고 장악하는 데에 실패하면서, 군인들 사이 동요가 퍼지고 있는 징후”라고 보도했다. CNN은 “러시아군은 실제 전투에서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반항의 표시로 병사들은 고위 관리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