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침공 직후 빼앗긴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수복했다. 헤르손 주민들이 지난 2월 개전 이후 최대 전과로 평가되는 헤르손 수복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점령기간 동안 마당에 묻어둔 국기를 꺼내 흔드는 한 주민의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안톤 게라센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영상엔 한 여성이 바당 보도블럭을 들어올린 뒤 땅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비닐봉지에 겹겹이 포장해둔 우크라이나 국기였다.
이 여성은 국기를 꺼내 활짝 펼쳐 보이곤 마당 구조물에 걸어뒀다. 이 여성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고, 웃음 섞인 콧노래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게라센코 보좌관은 “이 헤르손 여성은 점령 기간 동안 마당의 포장 도로 아래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숨겼다”며 “이제 국기는 다시 자랑스럽게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을 본 전세계 네티즌들은 “자유의 국기가 날아오른다” “정말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결과물” “국기를 찾을 때 기쁨을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행복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 온라인상에도 해당 영상이 공유됐다. 특히 국내 네티즌들은 과거 역사를 떠올리며 “정말 짠하다. 남의 일 보는 거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 독립투사들도 저렇게 했을텐데”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나보다” 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12일 헤르손을 수복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 인근 60개 마을의 통제권을 회복했고 도시에 남아있는 총 2000여개에 달하는 지뢰, 부비트랩, 불발탄 등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손은 남부와 동부를 잇는 요충지인 동시에 크림반도의 상수원·전력발전원이 위치해 있어 헤르손 수복은 우크라이나군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되찾은 건 지난 3월 초 러시아군에 빼앗긴 뒤 8개월만이다.
다만 수복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추격을 막으려 헤르손의 통신, 수도, 전기 등 주요 기반 시설을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크라이나 경찰이 도시 안정화 작업을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