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는 너구리 꼬리만을 잡아 대롱대롱 들어 올리고 있다. /안톤 게라셴코 트위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퇴각하면서 각종 지역 재산을 훔쳐 간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이번엔 동물원의 동물들까지 약탈하는 영상이 퍼졌다.

14일(현지 시각)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군하면서 지역 동물원의 동물까지 훔쳤다”며 관련 영상을 공유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같은 영상을 공유하고 “러시아군은 미술관의 그림, 박물관의 유물, 도서관의 고서 등 헤르손의 모든 것을 약탈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영상을 보면,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동물원에서 라마·너구리 등을 빼돌리고 있다. 라마가 트럭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자, 병사들은 라마의 다리까지 꺾어가며 강제로 밀어 넣는다. 병사들은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는 너구리 꼬리만을 잡아 대롱대롱 들어 올리기도 했다. 너구리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었지만, 병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러시아군들이 라마를 강제로 트럭에 밀어 넣고 있다. /안톤 게라셴코 트위터

이 영상은 올라온 지 이틀만에 약 40만 조회수를 달성했고 3000회 이상 공유됐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제는 ‘밉다’는 감정조차 러시아군에게 쏟기 아깝다” “러시아군에게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있기는 한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러시아군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두고 학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이 같은 방식으로 데려간 동물들은 너구리 7마리, 늑대 2마리, 공작새, 라마, 당나귀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영상 속에 크림반도 소재의 동물원 소유주가 등장한다며 강탈된 동물들이 크림반도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군하면서 약탈을 일삼아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3일 올렉시 혼차렌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러시아군이 ▲토지 경작용 무인 항공기 ▲연료 ▲파종 장비 ▲6000만달러 상당의 식물 보호 제품 ▲해바라기 씨앗과 옥수수 10만톤 등을 훔쳤다고 설명했다. 혼차렌코 의원에 따르면 피해액은 2억5000만~2억7000만 달러(약 3321억원~3586억원)에 달한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헤르손을 8개월 만에 탈환했다고 밝혔다. 헤르손 수복은 개전 후 우크라이나가 거둔 최대 전과 중 하나로 꼽힌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을 육로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침공 직후인 3월 초 이곳을 점령했고, 9월 말 러시아 연방의 영토로 편입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