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안요원들이 현지 반응을 중계하던 덴마크 방송의 촬영을 저지한 사건이 벌어졌다.
덴마크 TV2 소속 라스무스 탄톨트 기자는 16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자신이 카타르 도하의 한 회전교차로 앞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다 보안요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실시간으로 송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보면, 전기 카트를 탄 카타르 보안요원 3명이 갑자기 등장하더니 촬영을 저지한다. 탄톨트는 외신기자증과 촬영허가서를 보안요원들에게 제시했지만, 보안요원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탄톨트는 “전세계를 초대했으면서 왜 촬영을 못하게 하느냐” “이곳은 공공장소” 라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보안요원들은 촬영을 저지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급기야 카메라를 부수려 하기도 했다. 탄톨트는 당시 뉴스 앵커의 카타르 월드컵 관련 질문에 답변하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탄톨트가 올린 영상은 올라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1300만회를 넘었다. 공유도 5000번 이상 이뤄졌다. 네티즌들은 “공공장소에서도 촬영할 수 없다면, 어디서 촬영이 가능한 것인가” “이럴 거면 왜 카타르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카타르 현지 네티즌들은 “카타르에 있는 이상 카타르의 규칙과 규정을 존중해야 한다” “공공장소라고 하더라도 카타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등 반박 의견을 냈다.
탄톨트는 “카타르 당국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며 “이런 상황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카타르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 자유롭게 보도하면 공격과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개막 이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노동자를 착취했다는 지적과 성소수자 탄압 등 인권 문제가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 6500명이 사망했고, 제대로 된 임금과 휴일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이슬람 문화에 따라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
각국 대표팀은 항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덴마크 대표팀은 인권 문제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단색처럼 보이는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덴마크 대표팀은 훈련장에서 ‘모두를 위한 인권’이라는 문구가 적힌 셔츠를 착용하려 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저지했다.
미국 대표팀은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을 촉구하는 의미로 자국 대표팀 문장의 붉은색 세로줄을 무지개색으로 바꿨다.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대표팀은 무지개색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다.